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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채널

[현지소식] 자유와 사랑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치안 상황. 여행하기 안전할까? 샌프란시스코 노숙자, 범죄, 사무실 공실률.

by 플라운더 2023.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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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당시 저는 지금의 남편이 된 분과 장거리 연애 중이었던 터라 그를 보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처음 방문했습니다. 그때 샌프란시스코를 다녀온 후 적어두었던 짧은 감상을 오늘 첫머리로 꺼내볼까 합니다.

 

"샌프란시스코는 분명 밝은 도시였다. 활기가 넘쳤지만 시끄럽지 않았고 각자의 멜로디가 조화로웠다. 조화란 전혀 다른 것들이 비슷하게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이 다른 것들일 수 있게 하는 것. 곧 자유와 존중이 함께 할 때 가능하다는 걸 도시는 말하고 있었다."

"낯선 것, 내 영역 밖의 것, 이방인. 우리는 이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 그리고 거부감을 갖고 있다. 나와 다른 것, 그래서 '알 수 없음'이 주는 공포와 경계심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장치로 본능적이고 태생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 공포를 이유로 낯선 대상을 무작정 제거하려는 것은 본능이 아니다. 제거할 것은 대상이 아니라 '알 수 없음'이라는 막힌 상황이다. 무작정 포용하라는 말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이전에 나와 다른 것들, 즉 살면서 나와 닿게 되는 수많은 '알 수 없음' 상태를 '알아가는 중'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판단은 그 후로 미루고 말이다. 결국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이방인이므로. 모두에게 소수성이 존재하므로."

 

샌프란시스코의 첫인상은 저에게 따뜻함, 자유로움, 포용적임 이 세 단어로 축약됩니다. 사계절 온난한 기후에 예술을 사랑하고 '이상함'을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남녀노소 참 많았던 탓입니다. 다양한 인종과 '별난' 취향들이 한 데 모여 사는데도 평화로운 땅. 그곳이 샌프란시스코였습니다.

 

 

 

자유와 사랑의 도시 SF, 비트문학과 카스트로

이처럼 미국에서 샌프란시스코는 자유, 인권, 사랑 등을 대표하는 도시로 유명합니다. 인권을 중시하는 진보적인 사람들이 많고 미국 내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존재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카스트로, 시티라이츠 서점 등 그 명성에 걸맞은 랜드마크들이 있습니다. 무지갯빛으로 가득 찬 카스트로 Castro는 미국 최초의 LGBTQ 성소수자 마을로 전 세계 성소수자들의 수도로 불리기도 합니다.  비트(Beat) 문학의 중심지로 불리는 '시티 라이츠 서점 City Lights Bookstore'은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는 전세계 지식인과 문학인이 꼭 찾는 랜드마크입니다.

 

비트 문학에 대해 생소한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비트 운동 Beat Movement란 1950년대 미국에서 형성된 사회·문학 운동으로 그 당시 사회의 풍토에 '지친 beat'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젊은이들(비트 세대 Beat Generation)의 사상과 움직임을 뜻합니다. 세계 2차 대전 직후였던 당시는 "전쟁은 최고의 장사"라는 말처럼 미국이 전쟁으로 큰 물질적 풍요를 누리던 시기기도 합니다. 일부 청년들은 참혹한 전쟁으로 얻어낸 물질적 풍요 말살된 인간성, 비상식적인 규범으로 가득 찬 사회를 비판했고 궁극적인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것이 비트 운동입니다. 비트 세대는 많은 사회적 규범에 반발했습니다. 당시에는 정장 차림이 규범처럼 고집됐지만 비트세대는 간편한 복장을 입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음주와 폭주 등 일탈적인 행위를 즐기거나 불교와 도교 등 동양철학을 탐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반전(antiwar)은 물론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성소수자들을 지지했습니다.

 

비트 세대의 상당수가 문학가였는데 책 '길 위에서 On the Road'로 유명한 잭 케루악 Jack Kerouac를 비롯해 앨런 긴즈버그 Allen Ginsberg, 게리 스나이더 Gary Snyder, 그레고리 고르소 Gregory Corso, 로렌스 페렝게티 Lawrence Ferlinghetti 등 많은 유명한 작가, 시인들이 대표적인 비트 문학가입니다. 로렌스 페렝게티는 샌프란시스코 시티 라이츠 서점을 세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 서점에서 비트 문학가들이 모여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즐기기도 했기에 그들의 아지트로 비트 문학의 랜드마크로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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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슬럼화

밝고 사랑스럽던 샌프란시스코가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한 건 코로나 바이러스 팬더믹이 발생하면서부터입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샌프란시스코에 종종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노숙자 homeless들이 있긴 했지만, 그 수가 지금처럼 많지도 않았을뿐더러 마약에 취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슬럼가로 유명한 텐덜로앵(텐덜로인 tenderloin) 같은 지역이 아닌 이상 보기 드물었습니다. 

 

 

 

노숙자 급증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가게들이 연달아 문을 닫고 폐업을 하면서 미국에서도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에서도 맨해튼과 더불어 물가가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샌프란시스코와 그 주변 지역인 베이 에리아 Bay Area에서 스튜디오(한국의 원룸과 비슷)나 방 한 개짜리 아파트에 살기 위해서는 집 안에 세탁기가 없는 낡은 곳이어도 매달 한화로 약 300만 원을 내야 합니다. 이렇게 살인적인 물가 탓에 갑자기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당장 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죠. 때문에 팬더믹으로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게 되면서 그만큼 많은 노숙자들이 생겼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와 주변 베이 지역의 현재 노숙자 인구는 38,000명으로 2019년 이후 35% 급증한 수치입니다. 갑작스레 노숙자 수가 급증하고 노숙자를 돕는 사회적 시스템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서 샌프란시스코의 길거리는 마약에 찌든 사람들, 오물, 찌린내, 대마초 냄새가 진동하게 됐습니다. 길 위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형 마트 체인인 타겟 target 내부에서도 쉽게 배회하는 노숙자들을 볼 수 있었고 마트 전체에 대마초 냄새가 깔려있기도 했습니다.

 

 

 

악화된 치안, 문 닫는 상점들

지역 경찰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샌프란시스코 상점들은 도둑으로 들끓고, 주차된 차들도 차 안의 물건을 훔쳐가기 위해 창문이 깨지는 일들이 아주 빈번하게 벌어지면서 치안 문제도 아주 심각해졌습니다. 저 역시 팬더믹 이후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할 때마다 불쾌하거나 무섭다고 느낄 만한 경험들을 자주 했고, 주변 사람들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차 창문이 깨지는 경험은 아주 흔한 일이며, 샌프란시스코 도로에서 주행할 때조차 두려워서 창문조차 열지 않는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Cotopaxi의 창립자인 데이비스 스미스 Davis Smith는 최근 링크드인을 통해 "샌프란시스코는 혼돈의 도시로 퇴보한 것 같다며 많은 공원과 길거리는 마약, 범죄자, 노숙자 문제로 들끓고 지역 지도부와 법 집행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San Francisco appears to have descended into a city of chaos. Many streets and parks are overrun with drugs, criminals, and homelessness, and local leadership and law enforcement enable it through inaction" 

 

샌프란시스코 대기업 체인 상점의 경우, 도둑이 들면 직원들이 개입하다가 다치는 상황을 우려해 도둑을 제지하지 말 것을 회사에서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견디다 못해 폐점하는 상점들도 많아졌습니다. 재작년에는 미국의 약국 체인인 월그린 Walgreen이 샌프란시스코 점포 여러 곳을 폐점했습니다. 월그린 대변인은 당시 "조직화된 절도 범죄들은 샌프란시스코 소매점 전반이 직면한 문제로, 월그린은 이 같은 범죄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졌다"라고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위치한 미국 대형 유기농 마트 체인 홀푸즈 whole foods가 이 같은 도를 넘은 범죄에 '직원들의 안전'을 이유로 문을 닫았습니다. (아래 관련 기사 링크 첨부해 두었습니다)

 

 

 

Walgreens closes five more San Francisco locations, citing ‘organized retail crime’

Walgreens is closing five more San Francisco locations as drug stores from the Bay Area to the Big Apple are besieged by rampant shoplifting and lax enforcement. San Fran shoplifters have been embo…

nypost.com

 

Whole Foods closes flagship store in San Francisco for staff "safety"

Amazon-owned grocery is the latest retailer to cite staff safety concerns as the impetus for closing a store.

www.cbsnews.com

 

 

 

 

급증한 사무실 공실률

테크 산업계가 어려워진 것도 샌프란시스코가 슬럼화하는 데에 한몫을 했습니다. 최근 2년 새 테크 업계가 힘들어지며 빅테크를 비롯한 많은 회사들이 대량해고 layoff 등 구조조정과 비용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또한 원격 근무(재택근무, remote work/Work From Home)가 많아지면서 샌프란시스코의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오피스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철수했고 그 결과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은 31%라는 전례 없는 사무실 공실률(office vacancy)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면적으로는 1840만 스퀘어피트 sqft (약 51만 7천 평)의 오피스가 비어있는 상황입니다. 이 크기는 약 9만 2천 명의 직원을 수용할 수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인 빌딩인 세일즈포스 타워 Salesforce Tower 13채와 맞먹는 크기라고 합니다.

 

기사 및 지도 출처: sfchronicle

 

 

Downtown S.F. has 18.4 million square feet of empty office space. We mapped every vacancy

Some of San Francisco’s emptiest buildings can be tied to cutbacks by tech giants...

www.sfchronicle.com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시에 범죄가 급증하면서 지난해인 2022년에는 샌프란시스코 디스트릭 어토니 District Attorney (지역 검사)였던 Chesa Boudin이 리콜 recall 돼 해임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검사로 브룩 젠킨스 Brooke Jenkins가 작년 여름 임명돼 담당하고 있지만, 아직 체감되는 변화는 없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지금 여행 가도 될까?

말씀드린 것처럼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전례 없이 치안이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총기사고나 살인과 같은 중범죄보다는 절도와 같은 경범죄와 노숙자 문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여행을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전혀 아닙니다. 특별히 위험하다고 알려진 지역을 피하고, 되도록 밤에는 돌아다니지 않는다면 크게 걱정하실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은 치안이 가장 좋은 나라이기에 한국에서 살다가 이곳에 올 경우 불쾌하고 충격적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더라도 마약에 좀비화된 사람들과 대마초 냄새, 사람의 배설물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경험할 법한 범죄라고 하면 차량의 창문이 깨지고 차량 내 물품을 도난당하는 일입니다. 현재 아주 흔한 일이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여행을 와 렌터카로 다니더라도 절대 차 안에 어떠한 물건도 두지 않기를 권해드립니다. 귀중품이 아니라도 차량 안에 무언가 일단 눈에 보이면 창문을 깹니다

 

 

 

 

 

오늘은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치안, 범죄, 공실률 등 도시가 슬럼화되는 상황에 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는 분들은 참고 삼아 읽어보시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유와 사랑을 상징하는 도시였던 샌프란시스코가 하루빨리 회복되어 이전과 같은 아름다움을 되찾기를 소망하며 포스팅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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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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