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미국에 살면 혼자 대부분의 것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인건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 사람을 부르는 대신 혼자 유튜브나 기타 정보를 찾아 하나씩 해보는 것이죠. 한국에선 집에서 해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던 메뉴들을 직접 만들게 되는 것은 물론 자잘한 집수리나 차 부품 교체까지도 스스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사조차 본인이 직접 짐을 싸고 포장을 한 뒤 이삿짐 트럭만을 대여해 친구 몇을 불러 짐을 나르기도 합니다.
원래부터 요리를 좋아하고 이것저것 잘 해먹던 편이었지만 확실히 저 역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해 먹는 요리 장르가 다양해졌습니다. 미국에서도 제가 거주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 일대는 물가 높기로 맨해튼과 1위를 매번 다투는 지역입니다. 한국식 치킨을 양념반 후라이드반으로 주문하면 가게에 따라 조금은 다르지만 대충 $40불이 나온다고 봐야 합니다. 이것 역시 배달이 아닌 픽업(테이크아웃) 기준이고 배달앱을 이용해 주문하면 기본 메뉴 가격이 올라가고 여기에 세금을 비롯한 각종 비용과 드라이버 팁까지 붙기 때문에 못해도 $50은 생각해야 합니다. 치킨 한 마리에 테이크아웃 시 한화로 52000원, 배달시 65000원인 셈입니다. 물가가 엄청나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식비는 물론 테이크아웃으로 바깥 음식을 사 먹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습니다. 가격이 비싼 만큼 맛이나 서비스 만족도가 높으면 또 감안이 되겠는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사 먹던 것을 생각하면 돈 낭비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물론 이 지역은 소비력이 센 편입니다. 실리콘 밸리의 한 도시 서니베일 Sunnyvale을 기준으로 인구의 62.5%가 연봉이 한화기준 최소 1억 3천만 원이라고 합니다. (62.5% of people making $100,000 or more) 심지어 서니베일은 실리콘밸리에서 팔로알토처럼 부촌으로 쳐주는 도시도 아닙니다. 수입이 분명 높은 편인 건 맞지만 물가도 상당히 높기 때문에 생각하시는 것처럼 연봉 1억이 잘 먹고살 수 있는 동네는 아닙니다. 렌트비(월세)도 아주 높기 때문에 애초에 연봉 1억이 채 되질 않으면 이곳에서 사람답게 살기는 어렵다고들 하죠.
물가가 워낙 높다보니 집에서 해 먹는 음식이 점차 많아진다는 말을 길게 했네요. 오늘은 중국식 짜장 레시피를 알려드리려 합니다. 짜장면이라고 하면 보통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괜히 어렵고 재료도 특이할 것 같죠. 하지만 생각보다 상당히 간단하고 쉬우며 특이한 재료라고 해봤자 춘장이 전부입니다. 신선한 재료를 쓰고 기름 양도 조절할 수 있으니 중국집 짜장보다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2~4인분씩 만들어두고 한 번은 짜장면으로 먹고 남은 건 냉장실에 넣어두었다가 며칠 뒤에 짜장밥으로도 먹으면 식사준비도 간단하고 맛있는 한 끼 드실 수 있습니다.
중국집 짜장 레시피
2인분을 기준으로 중국집 짜장 레시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필요한 준비물은 양파, 다진 돼지고기, 삼겹살, 다진마늘, 다진 생강, 춘장, 간장, 굴소스, 청주, 설탕, 미원, 참기름, 물입니다. 춘장은 요즘 시중에 볶음 춘장 상품이 여러 가지 나와있는데 이들 중에 골라서 쓰시면 됩니다. 필수재료는 이 정도고 애호박, 완두콩이 있으시면 함께 써주시면 좋습니다. 오이 역시 채 썰어 고명으로 올려주시면 좋습니다.
먼저 들어갈 야채를 손질해 줍니다. 양파 큰 것 1.5개를 큐브모양으로 작게 썰어줍니다. 애호박도 쓰실 분들은 한 줌 정도 비슷한 큐브보양으로 썰어서 준비해주시면 됩니다. 야채 손질이 끝나면 팬에 기름을 두르고 작게 썬 삼겹살 100g, 다진 돼지고기 100g 을 살짝 볶다가 춘장 1.5큰술, 청주 2큰술, 다진 마늘 0.5큰술, 다진 생강 1 티스푼 넣어 핏기가 가시게 볶아줍니다.
고기의 핏기가 가시고 알코올 향이 날아가면, 간장 1큰술, 굴소스 1큰술, 설탕 1큰술(알룰로스 시럽 대체 가능), 미원 0.5큰술을 넣어 볶아주다가, 썰어둔 양파와 애호박을 넣어 함께 볶아줍니다. 야채가 숨이 살짝 죽으면 물 100ml를 넣어 바글바글 졸여가며 끓여줍니다. 얼추 졸여지면 물전분(물:전분=3:1)을 조금씩 둘러서 농도를 맞춰줍니다. 농도를 맞춘 후에는 참기름 1큰술을 둘러주면 완성입니다. 짜장면으로 드시고 싶으시면 중화면이나 칼국수 면을 삶아서 찬물에 한 번 씻은 후 만들어 둔 짜장 소스에 버무려서 살짝 볶은 후 오이 고명을 올려 드시면 됩니다. 고기를 볶기 시작할 때 면 삶을 물을 끓이면 타이밍이 얼추 맞습니다. 짜장밥의 경우 평소보다 볶음밥의 간을 살짝 약하게 해서 함께 드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생각보다 레시피가 아주 간단하죠? 고기와 양념들을 볶다가 야채도 넣어 볶고 물을 넣어 졸이면 끝나는 요리입니다. 이렇게 집에서 짜장 소스를 만들어 드시면 중국집 짜장맛도 나면서도 훨씬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고 속이 불편하지 않습니다. 짜장면을 만들어 드실 때는 깐풍기나 탕수육을 0.5인분 만들어서 함께 드시면 맛있습니다. 깐풍기와 탕수육도 만드는 법도 꽤 간단합니다. 다음 레시피에 한 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한국식 중국음식 몇 가지를 하면 손님 초대 메뉴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중국집 짜장소스 레시피로 맛있는 한 끼 해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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