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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니즘

미국에서 급성 두드러기 났을 때 처방없이 살 수 있는 약과 처방받은 약. 급성 두드러기 증상과 해결법. 카이저 화상진료, 전화진료 후기. 카이저 앱 사용후기.

by 플라운더 202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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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몸의 이곳저곳이 간지럽더니 급성 두드러기가 생겼습니다. 보통 두드러기가 생겼을 때 의심해 볼 수 있는 먹는 것, 쓰는 것, 다닌 곳, 면역, 스트레스 등 전반을 따져봤지만 딱히 짚이는 것이 없었습니다. 먹는 것도 평상시와 다를 게 없었고 집에 있다가 자주 다니는 집 근처 공원에 산책을 온 게 전부였습니다. 면역이나 스트레스 관리도 평소보다 오히려 좋은 편으로 느껴졌었죠. 

 

두드러기 증상은 이랬습니다. 저녁 즈음 목 뒤와 뒤통수 쪽에 벌레에 물린 것 같은 강한 간지러움이 들었습니다. 손으로 긁었더니 역시 모기 같은 벌레에 물린 것처럼 하얗게 부풀어 올랐고 주변 피부도 빨갛게 변했습니다. 뭔가 좀 이상하다 싶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샤워를 하고 잤습니다. 몸이 간지럽고 부어오르는 느낌에 밤 잠을 설쳤습니다. 일어나 보니 손과 팔에 빨간 두드러기가 심하게 올라왔고 무척 간지러웠습니다. 부종도 심해서 손가락 관절을 움직이기가 어려울 정도였죠. 그제서야 급성 두드러기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이었으면 바로 병원에 갔겠지만, 이곳은 최악의 의료시스템을 자랑하는 미국. 당장 예약을 하더라도 의사를 만나려면 빨라도 일주일은 걸리는 곳이죠. 응급실을 가기엔 청구될 무시무시한 비용이 두렵고요. (물론 증상이 심각하면 응급실에 가야 합니다) 우선 집에 상비약으로 항히스타민제와 간지러울 때 바르는 광범위 피부질환 치료제 크림이 있어서 그걸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항히스타민제는 무려 사용일자로부터 8년이 넘게 지난 것이었더군요. 안 먹는 거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심정으로 먹었습니다. 효과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두드러기 증상에 별 차도는 없었지만 잠은 정말 많이 오더군요. 밥만 먹고 거의 하루종일 잤습니다.

*항히스타민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졸음과 피로로 알려져있습니다. 간혹 장시간 비행할 때 잠을 청할 용도로 드시는 분들도 계시죠.

 

 

그리고는 카이저 Kaiser 병원 사이트에 들어가 가능한 대면진료, 화상진료, 전화진료 날짜 등을 확인했습니다. (카이저보험을 들고 있음) 역시나 대면 진료는 가장 빠른 날짜가 일주일 뒤였습니다. 일단 카이저 앱(KP)에서 의사에게 증상에 관련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이 있어 그것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아래 사진 참고). 제 주치의는 하필 휴무라 오늘 메세지를 보내도 답변을 받을 수 없고, 심지어 그다음 날까지도 근무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메시지로 제 증상을 설명하고 두드러기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그러고는 방법을 좀 더 찾아보겠다던 남편이 내일 화상진료가 가능한 선생님을 찾았다며 가장 빠른 시간으로 예약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지난해에도 전화진료를 봐주셨던 친절한 의사셨죠. 

 

 

 

 

화상진료나 전화진료를 받으면 약 처방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하루만 참자는 심정으로 버텼습니다. 두드러기가 났던 곳이 하루가 지나면 좀 가라 앉길래 차도가 있는 줄 알았더니, 다른 부위에서 또 새롭게 퍼져 올라오더군요. 팔 다음엔 다리였습니다. 특히 무릎이 퉁퉁 부어 걷기조차 힘들었죠. 차가운 물수건으로 가려운 부위를 둘둘 감았고 알로에 젤을 바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급성 두드러기 가려움증을 진정하는 데엔 알로에 젤을 덧발라주는 것이 제일 효과가 좋았습니다. 

 

 

 

 

그러고 다음날 카이저의 My Doctor Online 앱으로 화상진료를 했습니다. (앱 설치 후 로그인 하시면 자동으로 화상진료 일정이 뜹니다) 선생님은 역시나 급성 두드러기 Acute Hives로 진찰하셨습니다. 주치의에게 메세지로 보냈던 제 증상이나 사진도, 병원 시스템에서 공유하고 있는지 이미 다 보셨더군요. 그래도 재차 증상을 물어보시고 숨 쉬는 건 괜찮냐고도 물어보셨습니다. 이것저것 의심 가는 것들을 여쭤보셨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원래 급성 두드러기의 70%는 원인을 찾을 수 없다더군요. 원인이라도 알면 조심할 수 있는데 참 속상했습니다. 그리고 가려울 때는 아주 차가운 팩을 직접 대면 오히려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니, 차가운 물을 적신 물수건을 대는 것이 좋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물이나 열기는 두드러기를 악화시키고 통증을 줄 수 있으니,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 것, 온열매트 사용, (상반신에 두드러기가 있을 경우) 불을 쓰는 요리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제가 오래된 항히스타민제를 먹었다는 말에, 보통 약은 사용기간보다 좀 더 쓸 수 있는 것은 맞지만 8년 넘은 항히스타민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럴 거라 생각했지만 붙잡을 지푸라기가 필요했던 것 ㅠㅠ 찾아보니 오래된 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먹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항히스타민제만 처방해주시려고 하기에, 스테로이드는 먹을 필요가 없냐고 물어봤습니다. 한국에서는 스테로이드 처방도 많이 한다고 들었 거든요. 의사 선생님께선 스테로이드는 몸에 미치는 영향이 좋지 않기 때문에 눈이 너무 부어서 앞을 보기가 어렵다던지 하는 경우에나 처방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지금 관절 부위가 다 부어 걷고 움직이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니, 그 정도면 reasonable 한 요청인 것 같다고 스테로이드도 함께 처방해 주셨습니다. 다만, 스테로이드를 복용할 때는 증상이 반짝 좋아졌다가 복용이 끝나면 다시 심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복용이 끝났더라도 항히스타민제를 얼마간 꾸준히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알려주셨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두드러기와 관련해 알려주신 것들을 적어보겠습니다.

 

두드러기가 발생하는 데에는 알레르기, 바이러스성 감염, 특정 화학약품과의 접촉 등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두드러기는 특별한 치료 없이 치유되지만, 2주에서 최악의 경우 6개월 이상 가기도 합니다. 두드러기는 보통 한 부위에 24시간 이상 머물지 않고 다른 부위로 옮겨다닙니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두드러기 증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약은 다음과 같습니다. Claritin (loratadine) 10mg 매일 1개 (졸림이 덜한 편) 또는 Zyrtec (cetirizine) 10mg 매일 1개 (앞의 약보다 더 졸림, 밤에 복용 추천) 또는 Allegra (fexofenadine) 180mg 매일 1개, 또는 Xyzal (levocetirizine) 5mg 매일 복용. 하루 한 알을 먹어서 가려움이나 두드러기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Zyrtec은 하루당 2~4알로 복용을 늘려볼 수 있습니다. Xyzal도 하루 2~3번으로 복용을 늘려도 됩니다. 그러나 Claritin이나 Allegra는 복용을 늘렸을 때 더 많은 부작용의 우려가 있어 하루에 2개 넘게 먹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약들을 함께 섞어 복용하는 것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만약 증상이 여전히 심한 편이라면 다음 약들 중 하나를 추가해 복용할 수 있습니다. Pepcid (famotidine) 20mg 하루 2번 또는 Tagamet (cimetidine) 200mg 하루 두 번.

 

 

이렇게 자세하게 알려주시고 앱을 통해 텍스트로도 보내주십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진료가 잡히길 기다리지 않고도 적절히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 됐습니다. 미국 의료 시스템이 정말 문제가 많고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환자의 입장에선) 거의 모든 경우 훨씬 좋지만, 그래도 한국에서의 의료경험보다 좋은 게 있다면 미국에서 의사를 만나고 오면 제 상태나 병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고 또 (질환에 따라 다르지만)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어느 정도 대책이 서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적어도 제가 이제껏 경험한 바는 그렇습니다.

 

 

진료가 끝나고 얼마 후 앱에 처방된 약이 뜹니다. 앱에서 약을 주문하고 해당 약국에 약을 찾으러 가면 됩니다. 약사 선생님은 스테로이드 약은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아침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아래가 제가 처방받은 항히스타민제 Cetirizine HCL 10mg입니다. 하루 한 알 복용합니다. 스테로이드제로는 Prednisone 10mg을 30알 처방받았습니다. 복용법이 조금 특이한데, 처음 2일은 하루 5알 복용, 그다음 2일은 4알 복용, 그다음 2일은 3알 복용하는 식으로 줄여갑니다. 마지막 2일은 하루 1알씩 복용하고 끝납니다. 총 10일간 양을 차츰 줄여가며 복용하는 것이지요. 간호사 친구의 말로 스테로이드제는 한 번에 복용을 끊으면 부작용이 있어서 이런 식으로 처방을 한다고 하는군요.

 

 

 

 

제 경우 처방받은 항히스타민제 Cetirizine HCL10mg 복용하고는 졸리는 증상은 딱히 없었습니다. 확실히 약을 먹고나서부터 차도가 생겼습니다. 당장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생활에 불편한 것이 없어졌고 가렵고 부어오르는 증상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새로 두드러기가 생기는 양도 크게 줄었습니다.

 

 

병원을 쉽게 갈 수 없는 미국에서 급성 두드러기가 생기면 정말 당혹스러운데, 이번 포스팅에서 알려드린 처방없이 살 수 있는 항히스타민제를 하나 구비해두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타국에서 아프면 정말 서럽습니다. 카이저 보험을 쓰시는 분들은 앱을 적극 활용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전화진료나 화상진료도 좋으니 예약을 꼭 알아보시고, 그것도 어려운 경우라면 앱을 통해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는 메세지를 보내는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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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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