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 동안 내가 누릴 수 있는 일상의 질 등 집에서 경험하는 정서적 효과의 전반을 높이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었습니다. 집이란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을 너머, 내가 가장 나 다울 수 있는 곳으로 내 삶의 기본값을 설정하는 공간입니다. 나를 공간으로서 표현함으로써 다른 형질의 또 하나의 분신을 만드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내 취향, 성격, 가치관, 철학이 공간과 그곳에 배치된 가구나 소품 등을 통해 녹아있는 곳이 집이죠. 그 공간을 보면 그 사람의 캐릭터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입니다. 그래서 집을 채워나갈 때는 어떤 색과 재질을 사용할 것인지, 여백은 얼마나 둘 것인지, 어떤 분위기를 풍기면 좋겠는지, 어떤 향취를 느끼고 싶은지, 이 공간 속에서 내 모습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등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에게 꼭 맞는 조건들로 채워진 집에서 우리는 궁극적인 편안함과 휴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 역시 다양한 변천사의 역사가 있습니다. 그 시대에 특히 사랑받는 디자인과 스타일이 있지요. 유행하는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면 자신의 집을 꾸미는 데에 적용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인테리어를 하기 정말 쉬운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무작정 '트렌디한' 또는 '인기 많은' 스타일로 집을 꾸미면 어떻게 될까요? 자기가 얼마큼 만족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것은 집이라기보다는 쇼룸에 가까울 것입니다. 내 가치관과 개성이 고려되지 못한 채 '쿨한 것'들로만 채우다 보면 굳이 '내 집'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거나 특정 목적이 있는 마케팅 용으로는 적합할지 모릅니다. 집은 내 인생의 상당 부분을 함께할 공간이고 나의 작고 큰 이야기들이 녹아날 곳이니 무턱대고 '예쁜 것'을 찾기 앞서 나는 어떤 취향과 성격을 가진 사람인지, 내 가치관은 무엇인지, 또 집에 바라는 점을 미리 차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무조건 빠른 시간 내에 집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좀 자유로워지는 것이 좋습니다. 당장 꼭 필요한 가구들은 좀 서둘러 구매하더라도, 급하게 필요하지 않은 가구나 소품은 시간을 들여 정말 원하는 것, 우리 집과 어우러질 것을 고려해 사셔야 후회가 없으며 두고두고 집을 바라볼 때마다 행복할 수 있습니다. 애틋함이 생긴다고 표현하는 것도 좋겠네요. 단편적인 기쁨의 감정을 너머 나의 희노애락의 역사가 있다는, 일종의 여러 층위의 애착말입니다. 그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인 만큼 집의 이야기와 가정의 추억거리가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고요.
이해를 돕기 위해 제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저는 결혼을 하면서, 그러니까 제대로 내가 꾸밀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시기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게 된 팬데믹과 겹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래서 더 세심하게 집을 채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먼저 저는 혼자 사는 집이 아니기에 남편과 '사는 공간'에 대해 바라는 점들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집을 떠올렸을 때 화려하고 도시적이기보다는 따뜻함과 편안함이 느껴지길 바라는 점이 일치했습니다. 그래서 나무 소재를 상대적으로 많이 썼고, 어두운 톤을 사용하는 것을 줄였으며, 백열등보다는 노란 기가 도는 조명을 사용하고, 둥근 형태의 가구도 곳곳에 쓰기로 했습니다. 목가적인 분위기를 줄 수 있도록 식물들을 군데군데 배치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부부의 성격(캐릭터)를 간단히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반영해 화려하고 요란스럽지 않지만 생기를 느낄 수 있는, 한마디로 기분좋은 리듬감이 느껴지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었습니다. 색이나 재질이 모노톤으로 통일 돼 단조로운 것은 (깔끔하고 단정한 인테리어입니다만) 우리 가정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구나 소품의 재질을 나무, 철제, 유리 등 다양하게 쓰려고 했고, 색상도 어우러지되 포인트가 되는 색상을 섞어 썼습니다. 미술이라는 분야도 남편과 저 사이의 공톰점이었기에, 좋아하는 작가들의 그림이나 포스터를 골라 소품으로 놓기로 했지요. 미국에서 살기에 한국인의 정체성도 어느 정도 담고 싶어 좋아하는 도자기를 놓는다던지 다기를 눈에 보이는 곳에 두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어릴 적 부터 로망으로 자리잡았던 크리스마스 장식 역시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해 겨우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고도 있습니다. 아래 4장의 사진은 이렇게 인테리어해서 하나하나 채워본 저희 집 사진입니다.
따뜻하고 편안하되 사랑스러운 선율이 느껴지는 집으로 꾸미고자 노력했습니다. 저희의 성격과 관심사 역시 반영하려고 노력했죠. 잘 반영이 된 것 같나요? 시즌마다 장식들을 조금씩 바꿔보는 것도 집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봄에는 화사한 포스터로 바꾼다던지, 여름에는 시원한 유리 오브제들을 추가할 수도 있겠죠. 가을엔 단풍의 색깔로 집을 채워봐도 좋을 겁니다. 기분 전환을 위해 가끔 가구나 소품 배치를 적절히 바꿔보는 것도 좋습니다. 정말 원하는 소품들을 하나씩 천천히 모으면, 그 것을 볼 때마다 "아 이건 살 때 이런 일이 있었지" "여행가서 이걸 발견했을 때 정말 한눈에 반했었지" 등 추억을 떠올리고 함께 얘기하게 되는 것도 가능해지고, 이는 인테리어의 또다른 기능입니다.
마음에 드는 가구나 소품을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취향이 확고할수록 미묘하게 뭔가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있기 마련이죠. 저 같은 경우는 너무 흔한 디자인도 호감이 떨어지는 요소입니다. 딱 내거다 싶은 인테리어 소품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곳에 손품과 발품을 팔아야하는데요. 저처럼 체력적인 이유로 오프라인 쇼핑보다는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분들을 위해 도움이 될만한 사이트 몇 군데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자신의 방이나 집을 채워갈 때도 유용하지만, 친구의 생일 선물이나 집들이 선물 등을 고르기에도 좋은 사이트입니다. 최대한 다양한 취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사이트를 4개 골라봤습니다.
서울번드 Seoul Bund
서울번드는 아시아 리빙 편집샵으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이름에 걸맞게 다른 리빙 편집샵에 비해 동양적인 디자인의 제품과 브랜드가 많은 편입니다. 공예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둘 정도입니다. 유명한 '아소토', '지승민의 공기', '김현주 스튜디오', '곽종범 스튜디오' 등 한국의 많은 도예가들의 작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현대적인 디자인의 제품 또한 찾을 수 있습니다. 동양적인 디자인이 많다보니 아이템의 소재도 목재, 유기, 세라믹 등 다양한 편입니다. 한국의 현대 도예가들의 작품에 관심있는 분들께 특히 추천드립니다. 카테고리는 테이블웨어, 키친웨어, 소품, 조명, 가구 등으로 폭이 넓습니다.
크림스튜디오
크림스튜디오는 유니크하고 귀여운 디자인의 제품을 찾으시는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귀여움에 나이는 없다고 하지만 예상되는 타깃 고객은 10~20대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아이방을 꾸며줄 때도 좋은 디자인의 제품들이 많습니다. 흔히 볼 수 없는 개성있는 디자인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무난한 디자인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감이 큰 디자인들이 많아 인테리어에 포인트가 되는 제품으로 써보기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랑스럽고 발랄한 분의 집은 여기 제품들로 가득 꾸며져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팬시한 편집샵에 비해 상품들의 가격대가 훨씬 저렴해 선물하기에도 부담없는 편입니다. 가구의 경우 대체로 10~2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고, 소품들의 경우 5만원 이하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도 많습니다. 5만원 이하, 10만원 이하, 20만원 이하 선물을 찾는 분들은 이곳에서 구매하시면 센스있는 선물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 곳 제품들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취향을 타는 디자인들이 주류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고려해야합니다.
룸퍼멘트
룸퍼멘트는 감각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리빙 쇼핑몰입니다. '아르호이', '모에베', '스코브쇼브 모벨페브릭' 등 개성있는 북유럽 브랜드 제품이 다수 판매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오래된 금속 가공 브랜드 '스미타니'나 일본의 대나무 공예 브랜드 '코쵸사이 코스가' 제품들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5만원 이하 가격대의 소품들도 있으나 그 수가 적고, 대체로 최소 10만원 이상, 20~30만원 가격대의 제품을 보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다른 편집샵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미지 소비가 덜 된 유니크한 디자인들이 많으니, 감각에 예민하고 센스있는 분께 선물해야한다면 이 곳을 고려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챕터원
챕터원은 특히 최근 3년간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외 브랜드의 제품들이 다수 포진돼 있는 리빙 편집샵입니다. '루이스폴센', '마르티넬리 루체', '피에르 잔느레' 등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익히 아실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들도 다수 판매되고 있습니다. 앞선 편집샵들에 비해 가구 비중이 높고, 대체로 럭셔리 브랜드로 분류되는 것들이 많아 굳이 따지자면 가격대가 높은 편의 쇼핑몰입니다. 그러나 고가의 가구나 조명 외에도 10만원 내외로 살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이나 키친웨어도 많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편집샵 중 취급하는 브랜드와 상품의 수가 가장 많고 가격대 또한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옵션을 고려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오늘은 자신의 공간을 꾸밀 때 미리 고려해보면 좋은 점들과 다양한 인테리어 가구 및 소품을 구매할 수 있는 리빙 편집샵 및 쇼핑몰에 대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내가 가장 나 다울 수 있는 공간인 만큼, 공간을 채우기 앞서 스스로와 공간에 대한 고찰을 미리 해보시면 더 나에게 맞는 곳으로 만드실 수 있을 겁니다. 이번 포스팅이 집 인테리어를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안내드린 편집샵은 센스있는 친구 생일 선물이나 집들이 선물, 출산 선물 등을 고르기에도 좋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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