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근처 해밀턴 산(마운트 해밀턴 Mount Hamilton) 중턱에 위치한 마운트 해밀턴 더 그랜드뷰 레스토랑 'Mount Hamilton The Grandview Restaurant'에 다녀왔습니다. 이 식당은 제가 이 베이지역(Bay area)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중 하나로, 기념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종종 찾고 있는 레스토랑입니다. 광활하고 아름다운 뷰, 맛있는 이태리 음식, 준수한 서비스 3박자를 모두 갖춘 곳이라 손님들의 평점도 꾸준히 높고 지역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는 식당입니다.
이 레스토랑은 해밀턴 산 중턱에 위치한 만큼 산타클라라 밸리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이름에 걸맞게 놀라운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처음 이 레스토랑을 방문했을 때 경치를 보고 그 탁트인 광활함과 아름다움에 압도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해가 지기 전에도, 해질녘에도, 밤에도 각자 다른 매력이 있어 가능하다면 일몰 시간을 확인해보고 이 시간대들을 두루 걸쳐 방문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낮에는 맑고 청명한 뷰라면 해질녘에는 사방으로 펼쳐진 노을이 고혹스럽고, 밤에는 산타클라라 밸리의 눈부신 야경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 참조) 고지대의 광활한 들판도 아름다워 결혼식이나 웨딩 촬영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더 그랜드뷰 레스토랑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결혼식을 위한 웨딩 베뉴(Wedding Venue) 예약하실 수 있습니다.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 또한 경치가 아주 아름답습니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이 하나씩 있는 좁은 도로라 운전하기 쉬운 곳은 아닙니다만, 곳곳에 이 경치를 즐기기 위해 차를 대놓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늦은 밤에는 가로등이 없어서 운전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천천히 속도를 줄여 내려가셔야합니다) 아래 사진은 이번에 다녀왔을 때 찍어본 것인데, 올 겨울 캘리포니아에 비가 많이 와서 대부분 황무지같던 산들이 특히 푸르게 변했습니다. 몇 년간 겨울이 우기였음에도 비가 오질 않아 가물었기 때문에, 이런 푸른 캘리포니아의 초목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이죠. 마치 알프스에 온 것 같은 기분마저 느껴집니다. 하지만 가물어 초목이 우거지지 않았을 때도 캘리포니아 특유의 황갈색의 민둥산과 산타클라라밸리를 내려다보는 풍경은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기에 여전히 추천드립니다.
저는 더 그랜드뷰 레스토랑을 여름(6~9월)과 봄(3~4월)에 방문해 보았는데 계절마다 각기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봄에는 산 중턱이라 아직 기온이 쌀쌀하기 때문에 아래 사진처럼 야외좌석은 투명 바람막들이 설치돼 있습니다. 바람이 틈 사이로 들어오기 때문에 바로 가림막과 붙은 좌석에 앉으면 꽤 강한 바람을 순간순간 느낄 수도 있습니다만, 테이블마다 난로들이 양 옆으로 배치돼 있어 춥지는 않습니다. 한참 있다보면 더워서 꺼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저희 테이블도 식사 도중 더워져 난로 하나를 꺼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투명 가림막이라고 해도 유리창처럼 경치를 투명하게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 점은 아쉽습니다. (아래 사진 참조) 그러나 봄은 캘리포니아의 우기가 막 끝난 시점이기 때문에 가물어지는 시기인 여름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목이 푸르릅니다. 새파란 하늘과 그 아래로 펼쳐친 푸른 산과 벌판, 그 너머의 산타클라라 밸리 전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이 투명 가림막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맨 눈으로 사방으로 탁트인 드넓은 뷰를 식사 내내 즐길 수 있습니다. 해가 질 무렵 선선한 바람도 불어서 기분좋은 야외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 참조) 다만 밤에는 쌀쌀해질 수 있으니 걸칠 수 있는 옷을 가져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 여름은 해가 길어 8시까지도 해가 지지 않기 때문에 현재 5시부터 저녁 영업만 하는 이 레스토랑을 즐길 수 있는 시간대가 넓습니다. 봄에는 6시가 넘으면 해가 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해가 지기전의 청명한 하늘과 푸르른 뷰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대가 상대적으로 많이 좁은 편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캘리포니아의 여름은 아주 건조한 시기로 산불도 잦게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 푸른 초목은 없고 갈대나 황량한 들판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이 역시 캘리포니아 특유의 풍경이기에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즐길 수 있습니다.
더 그랜드뷰 레스토랑은 실내와 야외 모두에 식사 공간이 있습니다. 뷰가 유명한 만큼 여름철에는 이 경치를 맨 눈으로 보려는 사람들로 야외 좌석은 자주 예약이 꽉 찹니다. 음식과 서비스 또한 훌륭합니다.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놀라운 맛이라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기분좋게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정도고, 경력 높은 웨이터들이 있어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웨이터도 단순한 알바가 아니라 전문적인 스킬을 갖춘 직업으로 여겨지며 수십년씩 몸담고 계신 분들이 많으시죠.) 흔히 뷰가 좋은 레스토랑은 음식의 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곳은 음식의 맛과 서비스 또한 준수해서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레스토랑 뒷 편에는 직접 운영하는 농장도 있어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재료를 요리에 사용한다는 것 또한 이 레스토랑이 자랑하는 점입니다.
마운트 해밀턴 더 그랜드뷰 레스토랑은 구글맵 기준 달러 표시가 3개($$$) 붙은 곳으로 럭셔리 레스토랑에 속합니다. 구글맵은 식당의 가격대를 달러를 1개부터 4개까지 붙여 표현하고 있는데, 달러표시 수가 많을 수록 비싼 곳입니다. 최근 이 지역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들어지면서 식당들 중에 living wage를 따로 붙이는 곳들이 있는데, 보통 주문한 음식 전체 값의 5%를 의무적으로 내게 됩니다. 이 식당도 5%의 living wage가 붙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이 금액은 자체 농장에서 일하는 직원분들에게 돌아간다고 합니다. 이 곳에서 2인이 식사를 할 경우 가격은 $200 ~ $300, 한화로 25만원에서 40만원 정도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한 요즘 미국 식당 팁이 평균 20%인 점을 포함하면 총 결제 가격은 한화 30만원에서 45만원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번에 가서 먹었던 음식들을 간단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진은 좌측에서 우측 순으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이 레스토랑의 어뮤즈 부쉬(amuse-bouche)입니다. 어뮤즈 부쉬란 '쉐프가 대접하는 한입 크기의 에피타이저 음식'으로 음식을 주문한 모든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됩니다. 메뉴는 일정하지 않고 그때그때 달라집니다. 두 번째는 식전빵입니다. 빵은 부드럽고 플레인한 맛이며 새콤하면서도 마늘과 비슷한 향신료의 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소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트러플 아란치니 Truffle Aranchini 입니다. 아란치니는 이태리 음식으로 쉽게 말해 주먹밥을 튀긴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요리는 지난 방문 때 먹어보고 맛있어서 이번에도 주문했고 가격은 $19입니다. 사프론과 아르보리오 쌀을 넣어 만든 리조또 프리터(튀긴요리)로 버펄로 모짜렐라, 이태리 버섯인 포르치니, 트러플 아이올리(트러플이 들어간 마요네즈 소스)가 들어있습니다.
파스타는 최근 새로 출시했다는 페투치네 알라 판나 Fettuccine alla Panna로 돼지고기 은두야/은두자 소세지(pork nduja sausage), 새우, 크림소스, 레몬제스트로 만들어집니다. 가격은 $49입니다. 크림소스지만 무겁지 않고 상큼한 풍미로 즐기실 수 있습니다. 다음은 스테이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매쉬드 유콘 포테이토 Smashed Yukon Potatoes로 마늘과 자체 농장에서 키운 허브류, 트러플 오일,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소스로 만들어졌습니다. 가격은 $18불입니다. 스테이크는 C.A.B 인증을 받은 필레 미뇽 Filet Mignon으로 30일간 웻 에이징됐습니다. 300g이고 가격은 $80입니다. 여기서 C.A.B(Certified Angus Beef)란 미국 앵거스 협회의 소고기 품질 인증제도로, 미국에서 생산되는 소고기 중 상위 10% 이내의 품질을 지닌 소고기에 부여됩니다. 스테이크에는 마찬가지로 자체 농장에서 재배한 허브가 올려지며, 스테이크 소스로는 꼬냑 그린 페퍼콘 소스 cognac green peppercorn sauce 가 제공됩니다. 스테이크 역시 부드럽고 맛있었지만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최근에 알렉산더 스테이크하우스 Alexander's Steakhouse에서 스테이크를 너무 맛있게 먹고 왔던 탓일까요?
디저트류도 괜찮습니다. 사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들어지기 전에는 레스토랑에 갔을 때 보통 무슨 날이냐고 물어보는데 이때 기념일이라고 하면 별도로 주문하지 않아도 축하의 의미로 작은 디저트류를 선물해주곤 했습니다. (아래 우측 사진) 그러나 상황이 많이 어려워지다보니 최근에는 이렇게 서비스 차원에서 주는 것은 없어진 것 같고, 따로 디저트를 주문했을 때 축하 멘트와 초를 준비해주고 웨이터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아래 좌측 사진) 티라미수는 녹진하고 부드럽고 촉촉한 정석의 티라미수였고 가격은 $15입니다. 이미 요리만으로도 상당히 배가 불렀지만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 외에도 탄산수 1병($9), 레모네이드 한 잔($6)을 주문해 두 명이서 먹은 총 가격은 living wage를 포함해 $223.68이 나왔습니다. 팁 20%를 붙여 결제한 금액은 $268.42 한화로 약 35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따로 포토존도 야외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시간을 들여서 찍으시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포토존의 뷰보다 식당 옆 데크를 따라 내려가면 나오는 레스토랑의 아래쪽 야외 자리에서 보이는 뷰가 멋있었습니다. 아래쪽 자리는 아직 영업을 왕성히 하지 않아 사람이 없어서 더 사진 찍기도 편했답니다.
현재 기본적으로 매일 5~9pm 영업, 금요일과 토요일은 한 시간 더 연장해 10pm까지 영업하고 있습니다. 이 식당은 구글맵을 통해 예약을 하고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간단히 예약자 정보를 입력하면 되기 때문에 전혀 복잡하지 않습니다. 산으로 10분 넘게 올라가기 때문에 가는 길이 쉽지도 않고 허탕을 치고 내려가면 아쉽잖아요. 물론 멋진 경치는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또 요즘은 경기가 좋지 않아서 인지 예약하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정말 이런 광경은 세계로 범위를 놓고 봐도 흔치 않을 만큼 아름답답니다. 축하하거나 기념할만한 일이 있을 때, 모처럼 기분전환이 하고 싶을 때, 캘리포니아에 여행와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을 때 마운트 해밀턴 더 그랜드뷰 레스토랑을 추천합니다. 제가 그랬듯 이 곳에서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기분 좋은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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