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랜 세제 유목민이다.
예전에는 그저 마음에 드는 향으로 세제를 고르기도 했다. 너네 집 빨래 냄새 좋다며 친구에게 세제 정보를 물어보기도 했다. '향수가 보다는 세제/섬유유연제 향이 나는 사람이 호감'이라는 말도 있지 않았던가. 이렇듯 세재 향기에 대한 인식은 절대 다수가 좋은 편이었으리라.
그런데 내 몸이 예민해지는 건지 아니면 이전보다 빨래를 하는 횟수가 많아져서 인지, 어느 날부터 꽃냄새 같던 세제 향기에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살짝 독하네 정도였다가 나중에는 속이 미슥거릴 정도였다.
그 당시 나는 런드레스 Laundress의 세제 쓰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였고(미국에서 나름 럭셔리 세제에 속했음. 찾아보니 한국에서 판매도하고 있는 모양) 즐겨보던 유튜버가 추천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썼을 땐 향기도 마음에 들고 케이스도 예뻐서 흡족했다.
그런데 쓸수록 향기에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찾아보니 화장품이나 세제 등에 쓰이는 인공향료는 어지럼증, 두통, 피부와 호흡기 알레르기를 유발한다고 했다. 이 세제 마저 쓰고 다음 세제는 무조건 성분 따져서 사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런드레스에서 매일 한통이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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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고 있는 제품에서 박테리아 검출이라니... 빠르게 새로운 세제를 찾게 되었다.
나는 춈미씨의 오랜 팔로워인데, 수년 전 취미로 공방에서 잔 만드는 걸 배워 파시던 때부터다(고인물 인증)
그녀를 오래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것은 1. 맛있는 것을 기가막히게 잘 안다. 2. 본인은 성격이 예민하다고 하는데 (내 기준엔 합리적), 이 성격이 본인 사업/일에 적용되면서 뭐든 제대로 한다는 것.
그동안 오래 팔로우하고 지냈다지만, 춈미가 판매하는 제품을 사본적이 없었다. 주변에서 프븏스 PVCS 사보고 질 좋고 가격도 훌륭하다고 칭찬하는 건 꽤 들었는데, 그냥 단순히 옷이 내 취향에 안맞았다. 그래서 오히려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 저 사람 뭐 하나 하면 제대로 하는 것 같은데 나도 좀 취향에 맞아 사보고 싶다는 것.
그런데 이번에 세재를 한단다. 처음에는 딱히 관심이 가진 않았다. 우선 세제 가격 자체도 내 기준에선 과하게 느껴졌고, 나는 한국에서 춈미씨가 사업하는 방식을 참 좋아했는데 특별한 홍보 없이 제품력으로 승부하는 게 멋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미국에선 춈미라는 영향력 있는 이름 없이 미국 시장에 맞게 마케팅을 해야하다보니, 인플루언서들도 통해야하고 좀 더 마케팅 방식이 화려해질 수밖에 없었다.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는 포인트도 분명 사업적으로 훌륭한 공략 포인트라고 생각했지만, 나에겐 큰 셀링포인트가 되진 않았다. 그래서 그저 멋진 한국인 여성이 더 멋진 사업가가 되는구나 하고 응원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세제를 써본 사람들의 간증글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렸다. "세제 냄새 때문에 머리 아픈게 없어졌다" "잘 몰랐는데 라버리 쓰다가 다른 세제를 쓰니 세제 냄새가 역하게 느껴진다" 이런 말들이 내 니즈를 정확히 찔렀다.
라버리 세제 포레스트를 공홈에서 주문했다. 나는 하나만 사서 써볼 거라 배송비를 물었다.. 캘리포니아의 비싼 소비세도 물었다.. 그래도 15%할인코드 chommy15 야무지게 적용. (춈미 땡큐?)
라버리 세제 가격 $45
$100 이상 무료배송
미국치고 배송이 빠르게 이루어져서 1차호감. 포장도 친환경적으로 종이 보완재를 써서 2차호감. 외관은 세제 이미지에 맞게 순백색에 깔끔하다.
세제 냄새 호불호가 강하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나는 사실 기초화장품을 인공향료 없는 제품으로 써와서 그런지 기존에 쓰던 화장품 냄새와 별 다르지 않았다. 멀미도 안나고 편안한 것이 마음에 딱 들었다. 포레스트 세제는 빨래 직후 에는 미세하게 나무 울창한 숲의 향기가 나는데, 건조기를 돌리면 그마저도 사라진다. 그저 특별한 향 없이 굳이 향이라면 바싹 잘 마른 향?이다.
세정력은 기존에 쓰던 것들과 비슷했다. 애초에 유명한 세제들을 썼기에 친환경 세제가 세정력이 그들보다 월등히 좋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원래 쓰던 거 만큼 기능은 나오는데 인체에 무해하고, 향에 머리 아플 일만 없어도 성공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막상 한 번 사용하는 세제 사용량이 굉장히 적어서 가격도 애초보다 그렇게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주로 하루에 1~2번 빨래를 하는데 (세탁기 2/3쯤 채우고 돌림) 대충 사용량으로 봤을 때 2달은 쓰겠더라.
전체용량 900ml
세탁기 가득 채워 돌릴 때 세제 사용량 15ml
반만 채워 돌릴 때 세제 사용량 7.5ml
이렇게 작은 실리콘 컵을 같이 준다. 이게 은근히 편한 게 여기 세제를 따라서 세탁기에 넣고 같이 돌리면 된다. 컵에 남은 잔여 세제를 닦는 수고가 없다. 잘 보면 컵에 세제 용량을 가늠하기 위한 숫자가 적혀있다(검정색 자국은 내가 표시 따로 해둔 것) 이 숫자가 잘 보이지 않아서 사용하는 데에 좀 불편한 감이 있는데, 이미 다른 고객들이 이야기를 해서 회사차원에서 개선방안 검토 중이라는 듯.
다음 번엔 wind로 사볼까 싶다. 얼룩제거제도 궁금해서 구매해볼 예정이다. 구독하면 45불짜리가 40불이 되던데 은근히 혹한다.
아무래도 가격대가 있으니, 내 돈 주고 선뜻 사기는 어려워도(아니 방금 찾아보니 한국 가격은 38000원?ㅠㅠ) 외관도 아름답고 친환경+럭셔리 이미지니, 집들이 선물이나 생일 선물로 주기는 좋을 거 같다. 5만원 이하의 센스있는 선물 은근히 찾기 어렵다.
나의 성공적인 세제 정착을 기원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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