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초입에 들어서면서 날씨가 추웠다가 따뜻했다가 오락가락하는 요즘입니다. 일교차도 크고 날마다 기온이 들쭉날쭉한 이런 환절기에는 면역이 약해져 몸에 무리가 오기 쉽죠. 감기에 걸리거나 약한 몸살기운이 돌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런 저조한 컨디션에 몸을 데워주고 든든하게 몸보신을 할 수 있는 요리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재료만 있다면 30분 내에 뚝딱 만들 수 있는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요리이므로 부담없이 시도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요리는 얇은 소고기, 버섯, 야채가 듬뿍 들어간 간장베이스의 나베 요리로, 우리나라의 불고기전골과 일본의 스키야끼 요리의 중간 지점에 있는 맛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요리 이름은 불고기 나베라고 부르겠습니다.
스키야키라는 음식이 낯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을 덧붙여 보겠습니다. 스키야키는 일본의 전골 요리의 하나로, 간장과 설탕을 베이스로 한 육수에 얇게 저민 고기(주로 소고기), 각종 야채, 두부, 버섯, 곤약 등이 들어있습니다. 모든 것을 푹 끓인 뒤 날계란을 풀어 여기에 찍어 먹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우리나라의 불고기 전골과 비슷하지만, 단 맛이 훨씬 강하고 은은하게 가쓰오부시 향이 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곤약을 넣어 먹는 부분도 좀 색다른 면이죠. 실제로 한국인들이 일본식 스키야키를 먹었을 때 '너무 달고 느끼하다'는 평을 잘 남깁니다. 저도 처음 스키야키를 먹었을 때 간장 베이스의 국물요리가 너무 달아서 입에 맞지 않아 음식을 남겼던 적이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에 비해서 먹는 요리가 평균적으로 단 맛이 많이 나는 편이죠. 실제로 레시피를 보면 사용하는 설탕의 양도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스키야키 맛이 궁금하신 분들은 일본 우동가게에 가면 쉽게 접하실 수 있습니다. 전골요리지만 우동사리를 넣어 우동의 한 종류처럼 먹기도 하거든요.
우리나라의 불고기전골과 일본 스키야키의 장점만을 뽑은 맛에, 조리법도 아주 단순한 불고기나베 레시피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굳이 불고기 양념을 고기에 재어 둘 필요도 없고, 육수도 힘들게 우리지 않아도 됩니다. 각종 야채를 종류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쓸 수 있어서 냉장고 야채칸을 비워야 할 때도 좋은 '냉털 요리'이기도 합니다. 야채가 다른 요리들에 비해 아주 많이 들어가는 편이니, 야채 섭취를 많이 늘리고 싶은 분들에게도 좋겠네요.
2인분을 기준으로 레시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불고기나베 준비물은 얇게 저민 소고기(불고기거리) 500g, 달걀 2알, 작은 양파 1개, 청경채 6개, 알배추(청경채와 비슷한 양), 대파(또는 쪽파), 표고버섯, 이외 버섯 한 종류 이상(느타리버섯, 팽이버섯 등), 두부 1/2모, 곤약 또는 실곤약, 당면, 참기름, 간장, 쯔유, 설탕, 후추, 코인육수, 청주, 미림, 물입니다. 글씨를 굵게 처리한 재료는 꼭 필요한 재료고 그 이외에는 없어도 됩니다. 두부와 곤약은 양을 더 푸짐하게 해 주니 고기양을 늘리지 않고 전골 전체 양을 늘리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꼭 양을 늘리고 싶은 게 아니라도 같이 넣으면 맛있기 때문에 넣어주시면 좋습니다. 양이 너무 많다 싶으면 두부와 곤약, 당면의 양은 알아서 줄여주셔도 상관없습니다. 이 외에도 감자나 연근을 잘라 넣어드셔도 됩니다. 코인 육수가 다루기 쉽고 맛이 진하게 나는 편이라 이 레시피에 쓰시는 게 좋습니다만, 코인육수 없으신 분들은 일반 해산물 육수팩을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 냄비는 전골냄비를 준비해 주세요. 꼭 전골 전용 냄비가 아니라도 높이가 높지 않고 옆으로 넓은 웍이나 냄비를 사용하셔도 됩니다. 저는 웍을 사용했습니다.
1. 먼저 불고기거리(500g)를 준비합니다. 불고기 거리를 먹기 좋게 넉넉한 한 입 크기로 자르고 청주, 설탕 1스푼, 참기름1큰술, 후추를 둘러 잡내를 잡아줍니다. 청주는 고기가 전체가 얼추 적셔질 양이면 되고 후추는 살짝만 뿌려줍니다. 여기서 잠깐 요리 팁! 고기에 양념을 잘 베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금이나 간장 등 짠맛이 나는 양념을 사용하기 전에 설탕을 먼저 입혀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설탕은 다른 양념에 비해 입자가 굵기 때문에 나중에 사용하면 맛이 잘 베지 않습니다. 다른 양념도 쉽게 생각해서 입자가 큰 순서대로 재료에 넣어주신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사용할 고기가 냉동된 경우에는 미리 해동하고 핏물을 1시간 이상 빼준 뒤에 밑간 작업을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당면을 넣으실 분들은 미리 뜨거운 물에 당면을 불려주세요. 곤약을 사용하실 경우, 곤약을 흐르는 물에 씻고 뜨거운 물을 부어 레몬즙을 섞어 두면 곤약 특유의 불쾌한 냄새를 없앨 수 있습니다.
2. 다음은 야채를 손질합니다. 양파 작은 사이즈 1개, 청경채 6개, 알배추는 청경채와 비슷한 양, 대파 1대(또는 쪽파 3대), 표고버섯, 씨메지버섯(느타리버섯이 없어서 사용했습니다. 한국에 계신 분들은 느타리, 팽이버섯을 써주시면 됩니다) 등 사용할 재료들은 넉넉한 한입 크기로 썰어주세요. 재료가 익으면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너무 작게 써시는 것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버섯은 붙어있는 것들만 손으로 찢어주고 따로 썰지 않습니다. 저처럼 건 표고버섯을 사용하실 분은 물을 부어 잠깐 불려줍니다. 손님 초대상에 내실 경우 통으로 된 표고버섯에 별모양으로 칼집을 내서 사용하시면 더 보기가 좋습니다. 두부, 곤약, 감자, 연근 등 다른 재료도 넣고 싶은 분들도 지금 함께 재료를 손질해 주세요.
3. 다음은 육수를 만들 차례입니다. 뜨거운 물 2컵 (400ml)에 코인육수 2알을 넣어줍니다. 당장 완전히 녹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나중에 냄비에서 끓일 때 어차피 다 녹습니다. 그리고 간장(국간장 아님. 진간장 사용)을 1/2컵(100ml), 미림 1/2컵(100ml), 청주 1/4컵(50ml), 설탕 2큰술을 넣어 섞어 줍니다. *저는 설탕 대신 대체 감미료 몽크프룻(나한과)를 동량 사용했습니다. 대체 감미료에 대해서도 추후 따로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쯔유가 있으신 분들은 간장의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절반을 쯔유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4. 다음은 웍에 밑간해 둔 소고기를 볶습니다. 고기에 참기름이 묻어있기 때문에 따로 기름은 두르지 않고 강불에 빠르게 볶습니다. 바짝 익힐 필요는 없고 얼추 핏기가 가셨다 싶을 정도로만 볶아주세요. 고기에서 붉은 기가 사라지면 준비해둔 야채들을 그 위에 배치해 줍니다. 쪽파, 두부, 당면을 제외한 재료를 모두 넣어주세요. 감자, 연근, 곤약을 넣으시는 분들도 지금 함께 넣어주시면 됩니다. 야채를 배치한 후에는 준비해둔 육수를 모두 부어줍니다. 그리고 팔팔 끓기 시작하면 뚜껑을 덮고 중불로 낮춰 10분 끓여줍니다.
5. 냄비가 끓는 동안 날계란을 풀어줍니다. 날계란 2개를 아무 간을 하지 않고 잘 풀어줍니다. 체에 받쳐 한 번 걸러주면 번거롭지만 맛이 좀 더 부드러워지고 모양새는 더 예쁩니다. 귀찮으신 분들은 그냥 풀어주기만 해도 괜찮습니다. 맛에 큰 차이는 없어요. 좀 더 고급스럽게 또는 녹진하게 드시고 싶은 분들은 달걀 노른자만 사용하시면 됩니다. 대신 양이 적어지므로 인당 노른자 2~3개 정도는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풀어둔 달걀은 절반씩 소스 그릇에 담아주시면 됩니다.
6. 10분이 지나면 뚜껑을 열고 썰어둔 대파 또는 쪽파를 넣어주세요. 두부와 당면, 곤약을 넣으실 분들은 지금 함께 넣어주시면 됩니다. 다시 뚜껑을 덮고 8~10분 더 끓여주면 완성입니다.
7. 개인 그릇에 먹을 만큼 전골을 덜어 담고, 준비해둔 날계란에 푹 찍어드시면 됩니다. 고기 뿐 아니라 야채도 함께 찍어드시면 훨씬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이 불고기 나베는 저희집에서 여름을 제외하곤 한 달에 한 두번씩은 꼭 먹는 요리입니다. 간단하지만 든든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고, 다량의 야채가 들어가 영양소 또한 풍부합니다. 오늘 저녁 뭐 먹을 지 고민되시는 분들 불고기 나베 한 번 해 드셔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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